포볼 사구 차이: 볼넷과 몸에 맞는 공은 어떻게 다를까?

중계를 보다 보면 해설자가 "4사구가 너무 많네요"라고 말하는 장면을 자주 듣게 됩니다. 타자가 방망이를 한 번도 휘두르지 않고 1루로 걸어 나가는 모습은 똑같아 보이는데, 어떤 때는 포볼이라고 하고 어떤 때는 사구라고 부릅니다. 

포볼 사구 차이를 정확히 알면 투수가 왜 흔들리는지, 벤치가 왜 투수를 바꾸는지 훨씬 잘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 글에서는 두 용어가 어디서 왔는지부터 실제 경기에서 각각 어떤 조건으로 성립하는지, 그리고 기록지에는 어떻게 남는지까지 차례대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1. 포볼과 사구, 이름부터 짚고 가기


1-1. 포볼은 볼넷, 사구는 몸에 맞는 공


포볼(Four Ball)은 투수가 한 타석에서 볼을 네 개 던져 타자가 1루로 나가는 것을 말합니다. 정식 우리말 용어는 '볼넷'이고, 영어로는 Base on Balls 또는 Walk라고 하며 기록지에는 BB로 적습니다. 포볼이라는 말은 사실 일본식 영어라서 미국에서는 거의 쓰지 않지만, 우리나라 야구장에서는 여전히 볼넷과 함께 자연스럽게 쓰입니다.


사구(死球)는 투수가 던진 공이 타자의 몸에 맞아 1루로 나가는 것입니다. 정식 용어는 '몸에 맞는 공'이고 영어로는 Hit By Pitch, 줄여서 HBP라고 씁니다. 한자로 '죽은 공'이라는 뜻이 붙은 이유는 몸에 맞는 순간 공이 곧바로 볼 데드, 즉 플레이가 멈춘 상태가 되기 때문입니다.

1-2. '4사구'라는 말이 헷갈리는 이유


여기서 한 가지 함정이 있습니다. 볼넷을 한자로 쓰면 사구(四球)가 되고, 몸에 맞는 공도 사구(死球)라서 소리가 똑같습니다. 그래서 두 가지를 합쳐 부를 때 '4사구' 또는 '사사구'라고 하는데, 앞의 4는 볼넷을, 뒤의 사구는 몸에 맞는 공을 가리킵니다.


중계에서 "오늘 선발투수가 4사구 다섯 개를 내줬다"고 하면 볼넷과 몸에 맞는 공을 더한 숫자가 다섯이라는 뜻입니다. 둘 다 안타 없이 주자를 내보낸 것이라 투수 입장에서는 똑같이 아쉬운 결과여서 이렇게 묶어서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 경기 중 성립 조건의 차이


2-1. 볼넷은 볼 네 개, 고의4구는 신호만으로


볼넷은 조건이 단순합니다. 타자가 스윙하지 않은 공 가운데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난 공이 네 개 쌓이면 됩니다. 풀카운트에서 바깥쪽 슬라이더를 끝까지 참아 내고 1루로 걸어가는 타자를 보면, 볼넷도 엄연히 타자가 만들어 낸 결과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부러 볼넷을 내주는 고의4구도 있습니다. 1루가 비어 있고 다음 타자가 상대하기 쉬울 때 강타자를 거르는 작전입니다. 예전에는 포수가 옆으로 빠져 앉고 투수가 공 네 개를 던졌지만, 지금은 수비 측 감독이 심판에게 의사를 전달하면 공을 던지지 않고 바로 1루 출루가 인정됩니다. KBO리그도 2018시즌부터 이 자동 고의4구 방식을 쓰고 있습니다(확인 필요).

2-2. 사구는 '피하려 했는지'가 핵심


몸에 맞았다고 해서 모두 1루로 나가는 것은 아닙니다. 야구규칙은 타자가 공을 피하려고 했어야 하고, 공이 스트라이크 존 안에서 맞은 것이 아니어야 한다고 정해 두었습니다. 몸쪽으로 파고드는 공에 팔꿈치를 슬쩍 내미는 장면이 나오면 심판이 출루를 인정하지 않고 볼이나 스트라이크만 선언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또 타자가 스윙을 하다가 공에 맞았다면 몸에 맞는 공이 아니라 스트라이크가 됩니다. 2스트라이크였다면 그대로 삼진입니다. 반대로 원바운드된 공이라도 타자가 피하려다 맞았다면 몸에 맞는 공으로 인정됩니다.


3. 주자 진루와 기록에서 달라지는 점


3-1. 볼넷은 인플레이, 사구는 볼 데드


두 상황의 가장 큰 차이는 공이 살아 있느냐입니다. 볼넷이 나와도 공은 인플레이 상태라서, 볼넷이 된 네 번째 공을 포수가 뒤로 빠뜨리면 주자는 한 베이스 이상 더 뛸 수 있습니다. 1루 주자가 볼넷과 동시에 2루를 지나 3루까지 노리는 장면이 가끔 나오는 이유입니다.


몸에 맞는 공은 맞는 순간 볼 데드가 됩니다. 타자는 1루를 얻고, 그 때문에 밀려나는 주자만 한 베이스씩 진루합니다. 2루에만 주자가 있을 때 몸에 맞는 공이 나오면 2루 주자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볼넷도 밀려나는 주자만 자동 진루하는 점은 같지만, 그 이상은 주자가 직접 뛰어야 합니다. 만루라면 둘 다 3루 주자가 홈을 밟아 '밀어내기'로 1점이 납니다.


3-2. 출루율과 투수 기록에 남는 방식


타자 기록에서는 둘 다 타수에 들어가지 않고 출루율에는 포함됩니다. 그래서 타율은 같아도 볼넷과 몸에 맞는 공이 많은 타자는 출루율이 훨씬 높게 나옵니다. 


투수 쪽에서는 조금 다릅니다. 투수가 이닝당 몇 명의 주자를 내보냈는지 보는 WHIP은 일반적으로 볼넷과 피안타만 더해서 계산하고, 몸에 맞는 공은 넣지 않습니다. 대신 몸에 맞는 공은 타자 부상과 이어질 수 있어 따로 관리합니다. KBO리그는 직구가 타자 머리에 맞으면 투수를 곧바로 퇴장시키는 이른바 헤드샷 규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마무리: 포볼 사구 차이 한눈에 보기


구분포볼(볼넷)사구(몸에 맞는 공)
영문 표기BB(Walk)HBP
성립 조건볼 4개투구가 타자 몸에 맞음(피하려 했을 것)
공의 상태인플레이볼 데드
타수 포함 여부포함 안 됨포함 안 됨
출루율포함포함
일반적인 WHIP 계산포함포함 안 됨

정리하면 포볼 사구 차이는 '볼 네 개로 얻은 출루냐, 몸에 맞아 얻은 출루냐'에서 시작해 공의 상태와 기록 방식까지 이어집니다. 경기에서 타자가 1루로 걸어 나갈 때 어느 쪽인지 한 번 구분해 보시면 경기를 볼때 재미를 더 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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